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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인 인큐브 김형완 대표변리사] 특허 분쟁 잦은 의료기기 기업, IP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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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태영
작성일 2025-11-14 조회수 64

기술적 특성 및 지식재산권 제도 간의 접점을 고려한 권리화 전략

특허법인 인큐브

김형완 대표변리사

특허 분쟁 잦은 의료기기 기업, IP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최근 K-바이오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약진과 함께,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중소 규모의 의료기기 기업 및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까다로운 임상시험과 인허가 절차, 그리고 마케팅 비용까지, 말 그대로 '나가야 할 돈'은 산더미 같습니다.

이 와중에 'IP(지식재산권)'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처럼 다가옵니다. 중요성은 알지만, 당장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지, 특허는 얼마나 많이 내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높은 규제 장벽, 그리고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의료기기 산업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같은 주요 병원들과, 다양한 의료기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의 특허 대리 및 컨설팅을 진행해왔지만, 이 'IP 딜레마'는 항상 가장 현실적이고도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중소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적인 의료기기 특허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생존을 위한 '방패': FTO 분석 (특허 침해 위험 분석)

수많은 IP 업무 중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수행해야 할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FTO(Freedom-to-Operate) 분석'입니다. FTO 분석은 우리 제품이 진출하려는 국가에서 현지 기업의 '유효한 특허'를 침해하는지 분석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현지 특허에 발목이 잡혀 제품 출시나 판매가 불가능해진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는 특허 분쟁 비용이 막대하기에, 이 '진입 장벽'을 확인하는 FTO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당장의 특허 출원보다 FTO 분석이 더 중요한 이유는, 몇 년간 열심히 R&D를 한 결과로 특허 출원 및 제품 양산화를 진행했는데, 이미 해당 컨셉이나 특징의 서비스와 제품이 진출하려는 국가의 특허로 보호받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FTO는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뿐만 아니라, 초기 R&D 방향을 설정하고 경쟁사를 명확히 추려내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FTO는 전문적인 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제품을 판매할 미국, 유럽, 중국 등 '타겟 시장을 확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해당 국가의 특허법에 정통하고 의료기기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변리사)에게 '전문가 의뢰'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는 우리 제품의 '핵심 기술을 분석'하고, 관련 '특허 검색 및 청구항 분석'을 통해 권리 범위를 비교합니다. 마지막으로 위험 특허 발견 시 '전략 수립'을 통해 회피 설계를 하거나 무효화 전략을 찾습니다.

여기서 '회피 설계(Design-Around)'란, 위험 특허의 핵심 구성을 벗어나기 위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특정 파라미터를 변경하거나, 기기의 핵심 부품 구조를 미세하게 변경하는 실질적인 R&D 수정 작업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회피 설계는 금형 제작이나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즉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FTO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우리 제품이 업그레이드되거나 경쟁사의 새로운 특허가 등록될 때마다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개발 초기 단계나 양산 직전에 수행하는 FTO는, 당장은 비용처럼 느껴져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소송 비용과 사업 중단 리스크를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제가 현업에서 지켜본 바로는, 많은 초기 기업들이 이 FTO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가 뒤늦게 막대한 손해를 보거나, 반대로 철저한 분석 덕분에 거대 기업의 공세에도 살아남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FTO 분석이나 초기 특허 전략 수립은 전문성과 비용이 모두 요구되는 영역이라, 특히 자원이 한정된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이 '방패'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에서 의료기기 중소·스타트업의 IP 역량 강화 및 해외 진출을 돕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초기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덜면서 전략적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2. 성장을 위한 '칼': 핵심 기술의 선택과 집중

FTO가 '방패'라면, 우리 고유의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는 '칼'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특허는 많을수록 좋다"고 오해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IP는 많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특허 출원과 등록, 그리고 유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전략은 '양(Quantity)'이 아닌 '질(Quality)'이 되어야 합니다.

그림 1. 인공지능 의료기기 특허 국가별 출원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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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의료기기 특허분쟁 대응전략 보고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P18

 

초기 기업의 경우, 자본금이나 투자금이 겉보기에는 많아 보여도 R&D, 임상, 인허가, 인건비 등 당장 지출해야 할 곳이 훨씬 많습니다. 때문에 IP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지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IP 비용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허는 등록 후에도 연차료를 계속 내야 하고, 새로운 R&D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출원 건수는 누적됩니다. 즉, IP 관련 지출은 해마다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만약 사업 초기에 당장의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출원 건수만 늘리다 보면, 정작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매년 누적되는 IP 유지 비용에 발목을 잡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말 필요한' 핵심 특허에만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여기서 '질'이란 단순히 특허증이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경쟁사가 쉽게 피할 수 없도록 '권리 범위(청구항)'가 넓게 작성되어야 하고, 다양한 변형(실시예)까지 예측하여 방어막을 쳐야 합니다. 의료기기, 특히 AI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융합 의료기기는 단 하나의 발명이 아닌, 기기(하드웨어), 알고리즘(소프트웨어), 사용 방법(메소드)이 결합된 '시스템'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핵심 기술 하나만 출원할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입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스타트업이 간과하지만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디자인'와 '상표권'입니다. 의료기기의 독창적인 외관이나 UI/UX 디자인은 디자인으로 보호할 수 있으며, 이는 핵심 기능 특허보다 등록받기 용이하면서도 경쟁사의 '카피캣' 제품을 시장에서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제품의 이름과 로고를 보호하는 상표권은 브랜드 자산을 쌓는 첫걸음입니다. 이처럼 기능 특허, 디자인, 상표권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틈새 없는 '방어막'이 완성됩니다.

이 '칼'은 단순히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자산이기도 합니다. 투자 유치 시 VC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IP 포트폴리오의 견고함입니다. 잘 구축된 특허는 그 자체로 기술가치평가의 핵심 근거가 되며, 나아가 기술 이전이나 라이선싱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의 기반이 됩니다. 어설픈 특허 10개보다, 경쟁사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칼' 한 자루가 스타트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2. 의료기술 분야 위험등급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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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특허분쟁 위험경보 시스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의료기기 시장은 타 산업 분야 대비 특허 소송이나 분쟁이 특히나 격렬하고 빈번한 '전쟁터'입니다. 천문학적인 R&D 비용과 긴 인허가 기간을 통과해 한번 시장에 안착하면 높은 수익과 긴 제품 수명 주기를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메드트로닉,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글로벌 '골리앗'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특허라는 무기를 매우 공격적으로 사용하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이들의 주요 타겟이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제가 컨설팅한 많은 기업이 이러한 '골리앗'의 특허 공세에 직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FTO 분석과 핵심 특허 확보라는 '기본기'에 충실했던 기업은, 비록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더라도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분쟁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는 반면, 준비가 미흡했던 기업은 사업의 존폐 자체를 위협받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IP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죽는' 생존 장비입니다.

3. 현명한 타이밍: 단계별 해외 출원 전략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해외 출원 시기'입니다. 실제로 제가 다양한 병원이나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컨설팅을 제공할 때 가장 많이받는 질문 중 하나가 "당장 미국, 유럽에 다 출원해야 하나요?"입니다. 물론 자금이 충분하다면 처음부터 모든 주요국에 출원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현명한 타이밍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사업초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 전에는 국내 출원 및 우선권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한국에 특허를 출원하여 '우선일'을 확보하고, 1년의 우선권 주장 기간 내에 PCT 국제 출원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림 3. 전통적인 해외출원과 PCT에 의한 해외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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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지식재산처 홈페이지, 지식재산제도, https://www.kipo.go.kr/ko/kpoContentView.do?menuCd=SCD0200122, 2025.11.14

 

이 1년의 우선권 기간은 스타트업에게 '전략적 시간'을 벌어주는 매우 중요한 제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특허 출원 중(Patent Pending)' 지위를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나 파트너에게 기술력을 어필하며, 실제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기술은 과감히 버리고,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기술에 대해서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 개별국(미국, 유럽, 중국 등) 진입을 결정하는 '옵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FTO 분석과 핵심 특허 확보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략적입니다.

다음 가시적 매출 발생 후에는 전략적으로 해외 출원에도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해외 출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시기는, 실제로 가시적인 매출이 나오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매출 발생은 시장성이 검증되었다는 의미이며, 이때부터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에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우리의 핵심 시장(미국, 유럽 등), 경쟁사 본진(독일, 일본 등), 생산 거점(중국, 베트남 등)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대상 국가를 정해 해외 출원을 본격화해야 합니다.

이는 결코 초기 해외 출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한정된 자원 하에서, 생존을 위한 '방패(FTO)'와 '핵심 무기(Core Patent)'를 먼저 갖춘 뒤, 매출이 확보되었을 때 본격적인 '영토 확장(해외 출원)'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전략이라는 의미입니다.

맺음말

의료기기 분야에서 IP는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M&A를 성사시키는 핵심 자산입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IP 전략은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붓는' 출혈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FTO로 위험을 막는 '방패'를 견고히 하고, 핵심 기술을 지키는 '날카로운 칼'을 갖춘 뒤, 우리 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현명한 타이밍'을 잡는 것. 이것이 혁신적인 기술을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IP 생존 전략입니다.

결국 이 험난한 의료기기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아 성공하는 기업은, 단순히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장 현명하고 전략적으로 '보호'할 줄 알았던 기업임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