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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최재순 교수] 융합 기술 기반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의 이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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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조회수 724

융합 기술 기반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의 이슈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최재순 교수

최재순교수이미지

의료기기 분야에 오래 활동해 온 사람들에게도 임상과 관련한 수많은 개념과 제도들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이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절차에 있어서도, 차근히 밟아나가야할 단계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 시험에서 적절한 평가변수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 RCT(Randomized Clinical Trial)가 모든 경우에 필수인지 등 주요한 고민들이 의료로봇과 같은 융합 기술 기반 의료기기에서는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필자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조사나 개발자들을 위해, 몇 가지 필수 사항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임상시험, 비임상시험, 임상평가, 탐색임상, 확증임상, 비교임상워낙에 의료기기 분야에 오래 활동해 온 사람들에게도 임상과 관련한 수많은 개념과 제도들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이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혁신’, ‘융합등의 물결을 힘입어 우수한 신기술들로 새로이 의료기기 분야에 들어온 많은 기업들에게는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들어가려는 단계에서 맘 급한 마당에 느닷없이 발목을 부여잡는 덫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필자의 식견과 이해도 여전히 일천하지만, 몇 가지 경험과 제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2등급 의료기기는 임상이 필요 없다’, ‘의료기기는 한 20개 정도 임상하면 된다등의 단순하게 구획된 규정이나 규칙은 없음을 우선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험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사람에게 새로운 의료기기를 처음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각종의 의료기기 안전성 및 성능 시험과 사용적합성 평가 등 결과를 포함한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우나, 의료기기 개발을 처음 시도하는 수많은 제조 기업에서 여전히도 이 원칙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상식에 기반한 추진을 하다가 시행착오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를 만나고 있다. 세부적인 절차에 있어서도, 그저 임상시험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차근히 밟아나가야할 단계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한 의료기기의 사용목적(intended use)을 엄밀하게 정의하고 (무엇에 쓰려는지 생각도 없이 개발을 했으랴 싶지만, 사용목적(intended use)의 정의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또한 매우 중요한 첫돌을 놓는 작업이다), 식약처(또는 해당 국가 규제기관) 의 품목 분류 체계 내에서 그에 부합되는 품목을 찾거나 공식적인 질의를 통해 확인하고, 이전에 유사한 소위 동등의료기기가 존재하였는지, 임상에서 어떠한 사용 결과와 평가를 얻었는지 등 임상근거 들을 면밀하게 탐색하여 분석하고, 의료기기의 임상평가의 전략을 세워 나가는 등 생각보다 많은 단계들이 필요한데, 이것들은 컨설팅이 다 알아서 해 줄 것으로만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때로 위험할 수도 있다. 개발자, 개발사도 개념적인 이해는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심혈관 중재 보조를 위한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고 현재 일종의 시판 후 임상에 해당하는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등의료기기로 품목인증을 받아 허가를 위한 임상은 없었지만, 미국 FDA의 허가를 받으려고 하니, ‘510(k)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점에서는 필자도 여전히 는 임상이 필요 없지같은 단순한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미국의 제도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임상자료를 요구 받았고, 막대한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해 볼 수 있는 전략이 없을 지 현지 컨설팅 회사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임상시험의 설계는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의 허가용 임상을 준비하던 초반에 고민하던 한두 가지 주요한 문제는 이러했다. 우선, 임상 시험에서 적절한 평가변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이것이 의약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규제 기관과 제조업체 간의 이전의 많은 논쟁이 장치의 성능 또는 임상적 효과를 어느 선까지 평가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의료기기의 허가 또는 보험 등재와 관련하여, 안전성, 성능, 임상적 유효성(clinical effectiveness)의 평가가 필요한데, 임상시험에서, 그 목적을 맞는 평가의 목표 내지 범위가 어디까지가 적절할 지는,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경계선을 넘어 긴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성능과 유효성은 애매하게 겹칠 수 있고, 임상시험을 통한 그 검증은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려면 간단히 대형으로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RCT(Randomized Clinical Trial)가 모든 경우에 필수인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며 제조업체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검토 과정이 지연되고 시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비용으로 제조업체의 부담이 된다. 제조사의 입장에서 이 경우 무조건 기준을 낮추어 주기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환자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러나 비용에 민감한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 내지 평가의 방법에 대해 규제기관의 합리적인 판단을 간절히 바랄 따름인데, 규제 기관이나 심사관은 다만 객관과 합리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러나 환자에게 해를 끼치거나 손상되는 이익은 최소한임에도 연구 규모가 커지면 제조사는 제품의 실용화를 못하게 될 수도 있어서, 결국 제품의 사용을 통한 환자의 잠재적 이익이 역으로 제한되는 셈이 될 수 있다.

 

의료 로봇의 경우에 평가지표, 기준 또는 역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유사하거니와, 의료 로봇은 수혜자, 의사 또는 환자 측면에서 효용성이 서로 오버랩되는 영역이 있는 경우가 많다. 2000년 경 수술로봇 초기에는 원격수술이 주요한 주제의 하나였고, 원격수술은 로봇만이 환자의 이익을 위해 새롭고 분명한 임상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명한 영역이다. 외과 수술이 긴급하게 필요한 환자는 다른 대륙에 있는 우수한 외과 의사의 도움을 로봇을 통해 받을 수 있지만, 수많은 연구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원격 수술은 확립된 의료 기술의 하나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Covid-19 상황 이후로 비대면 의료와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추진이 일어나면서, 외과 수술이 아닌 다른 의료 영역에서는 원격의료, 나아가서 원격 시술은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다시 만나고 있는 듯은 싶다. 대신, 우리의 현재 초점은 자동화에 있다. 로봇 활용의 근본적인 목적의 하나로 의사의 숫자와 숙련도 부족을 보완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자율(autonomy)/자동(automation) 기능을 들 수 있는데, 로봇 사용의 직접적인 이점은 보다 정확하고 정밀하며 효율적인 시술을 위해 의사의 기술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의사에게만 혜택이 되는 것은 아니고, 더 장기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보면 환자도 로봇을 활용한 수술과 중재시술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환자가 개선된 임상 결과와 함께 더 나은 서비스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인데, 한 가지 미묘한 문제는 이 환자의 이익을 증명하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생각해보면, 자율 주행 기능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운전자, 승객, 또는 둘 다? 이 경우 답은 간단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의료에서는 어떠할지? 빠르게 성장하는 기계 지능 기술은 자동 또는 자율 수술을 곧 임상 현실로 만들 것 같다. 2016년에 연조직 수술을 위한 자율 로봇의 첫 번째 연구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되며 널리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경조직, , 뼈 수술을 위한 로봇은 다양하게 자동화 구현이 이루어졌고 이미 이전에 널리 상용화되어 있었는데, 이 연구의 독특성은 대상이 유연한 연조직과 그 봉합이라는 점이었다. 핵심 결론은 자율 봉합이 수동 절차와 심지어 인간 의사가 로봇을 수동적으로 조작하는 기존 로봇 절차보다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 사실 일반 핸드메이드 제품보다 품질이 더 좋고 일관성이 있는 공장, 기계로 만든 제품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로 의료 로봇의 자율성 구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 자율/반자율 수술의 혜택은 누구를 위한 것일지, 질문에 대한 답을 멀리 미루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 임상평가의 설계는 사뭇 어려운 주제가 될 것 같다.

 

필자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조사나 개발자들을 위해, 몇 가지 필수 사항을 다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임상 평가(clinical evaluation), 조사(clinical investigation) 또는 임상 시험(clinical trial)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장치 개발의 맨 처음부터 장치의 용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대단하게 작동하는지 또는 어떻게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분명하게 환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고안된 임상적 용도이다. 연구 개발의 긴 과정에 몰입해 있다 보면 이 간단한 질문을 잊는 것이 의외로 매우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둘째, 처음부터 모든 과정과 단계에 걸쳐 임상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의사는 적어도 의료기기 개발의 맥락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만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개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 그대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임상 파트너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올바른 임상적 효용의 구현을 향해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셋째, 가용한 지원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도움과 지원을 충분히 활용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산업 지원을 위한 많은 좋은 프로그램과 병원 기반 서비스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주저하지 말고 지금 연락하시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깊이와 수준이 달라도 되지만, 그러나 모든 참여자가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낫기로는 제조사뿐 아니라 규제기관, 컨설턴트,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는 임상 시험이 무엇이며 환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고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정의는 명확하고 간단할 수 있으나, 생각 외로 다양하고 수많은, 임상 평가를 둘러싼 이슈와 상황, 관점이 있고, 한 분야의 전문성으로 전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개발자, 의사, 규제 기관, 환자 및 사회가 함께 대화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겠다. 우리 의료기기 기업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높고 좋은 열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제 올바른 방향성과 공동의 노력이라는 촉매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


※ 본 기고문은 전문가의 개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안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