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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인구절벽과 백년대계 약가정책

[데스크시선] 인구절벽과 백년대계 약가정책 :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출처,원문, 정보 제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1-17 조회수 15
출처 데일리팜
원문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93964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내 약가시스템이 방향타를 잃고, 또다시 출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이 현행 약가 참조국 A7(미국·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일본) 외 캐나다·호주 편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체·양상은 베일에 감춰져 있다. 추정컨대 당장 국내외 혁신신약 등재와 결부시키기보다는 약가 재평가 시 제외국 최저약가 확인 등에 참조할 공산이 크다. 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턱없이 싼 약제가 많아 비교약제로 선택될 경우 원가 이하의 보험등재가 산출로, 출시 불가 사태 속출은 물론 기업의 영속성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보건당국의 캐나다·호주 약가 참조국 편입 목적은 결국 또다시 제네릭 약가인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국감에서도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53.55% 산정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제네릭 처방 금액은 9조원 정도이며, 20% 삭감했을 경우 1.5조~2조원 정도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가 OECD 국가 중 4위에 랭크돼 다소 높은 약가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국민실질소득 및 건강보험체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단순 환율 비교에 따른 명목 약가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정책 발상의 또다른 허점은 이들 국가가 신약개발 선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美 FDA 기준, 최근 5년 간 신약개발 건수는 미국 66개, 유럽 25개, 일본 6개 등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와 호주 역시 FDA의 신약허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약가산정 트랙은 제외국 약가 비교평가, 경제성평가, 대체약제가중평균가, 경제성평가면제 등 5가지로 대별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대체가능 비교약제는 약가인하를 위한 우려먹기 좋은 단골 테마다. 1/5 토막 약가가 즐비한 호주 약가를 참조할 경우 그 폐해와 심각성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재정 건실화를 위한 합리적 방향성과 건전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2030년 10년 간 건강보험 수입·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2%·8.1%로 수지 역전 구조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80조9000억원이며, 증가율을 반영한 2030년도 예산은 15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1·2030년 지출액은 81조7000억원·164조1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듯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8000억원을 기록, 2029·2030년은 각각 11조9000억·13조5000억원 마이너스 수지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실패에 있지 결코 국민과 제약바이오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그 원인을 두고 있지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년 간 보건당국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방향성은 육성·발전보다는 규제·침익적 행정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지난 2000년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을 기점으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여파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에 달한 제네릭 약가는 14.45% 인하된 53.55%로 떨어졌다. 2019년 '자체 생동·DMF 등록' 요건 충족에 따른 약가 연동제 여파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수익성은 향후 5~20% 감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네릭 약가 가산제 폐지에 방점이 맞춰졌던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도 토종제약기업에 많은 피해를 가져 왔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급격하게 약가가 인하되는 것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따른 가치 반영을 목적으로 탄생됐다. 더불어 이 제도는 R&D 투자·제제 연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국산 신약 개발을 유도해 온 순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정부의 포지티브정책만 믿고 그 길을 걸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좌절과 실망감만 남게 됐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59%다. 이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살펴보면 1988~1997년 13.7%, 1998~2007년 5.45%, 2008~2017년 4.25%로 집계된다. 저성장 시점의 이벤트로는 1998년 IMF -4.1%, 2000년 의약분업 -5.9%, 2012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일괄약가인하) -2.5% 등으로 대별된다. 여기서 생산량에 주목해보면, 1994년 GMP 의무화 제도 도입 전에 비해 이후는 2.3배 증가하고, GMP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7.41배 증가한 점도 특이점이다. 이를 유추해 보면 결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발전적 육성 기조에 따라 명운을 달리함을 알 수 있다.

제네릭 난립, 품질 향상, 리베이트 척결, 건보재정 건전화. 보건당국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제네릭 약가인하 4대 당위성이다. 제네릭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100년사의 중심으로 30조 생산실적 중 당당히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국민보건 향상에 일익을 담당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그 지위와 역할에 비해 박해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제네릭을 기반한 제제연구 시스템 향상이 있었기에 제약주권 확립을 통한 K-바이오의 목소리를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원료의약품·개량신약·혁신신약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도의 자생력 근간이 제네릭에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될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 고갈 문제는 인구학적 접근, 즉 저출산 고령화에 원인을 두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5, 서울시 합계출산율을 0.64 수준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 멸절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구절벽 현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2010년 노동인구가 2600만명, 2018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280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점 이후 당장 올해부터는 35만명 정도가 생산가능 인구에서 빠져 나간다. 불과 7년 후인 2030년에는 충청남도 인구규모(233만명) 그리고 2032년에는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인 333만명이 생산가능 노동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2050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완전히 전환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때가 되면 국민건강보험이든 국민연금 할 것 없이 수급혜택·운용·존립 자체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전신인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 이후 1988·1989년 농어촌·도시자영업 의료보험 확대 적용까지 12년에 걸쳐 완성된 사회보장제도이자 사회안전망이다. 탄생 당시인 1970년대 인구성장률은 2.18, 1990년대는 0.99로 2010년 0.5 보다 2배~4배 높았지만 2030년이 되면 -0.1, 2050년 -0.8, 2070년 -1.24로 국가소멸 단계에 진입한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를 나타내는 초저출산율은 이미 2002년부터 시작됐다.

인구절벽 원인으로 지적 받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지금 당장 체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방관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기업·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사회적 합일을 이룬 국민건강보험 정책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공멸이다. 지표로 볼 때 10·20년을 넘어 10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거점지역 도시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약바이오산업 전문지식·정보·이해도가 부족한 일부 국회의원의 '제네릭 약가 20% 삭감 논리'에 보건복지부가 우왕좌왕해선 안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국가·국민·기업 모두를 살리는 백년대계 보험·약가정책에 온 힘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