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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결정하는 ‘눈의 세포’

공부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결정하는 ‘눈의 세포’ :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출처,원문, 정보 제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8-29 조회수 42
출처 경향신문
원문 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208282040035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빛은 물체나 글자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상의 영향을 우리에게 미친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은 눈으로 빛을 감지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원뿔세포’나 ‘막대세포’는 망막세포 중 다수를 차지하며 밝음과 어둠 또는 색을 감지해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들과는 다른 ‘감광신경절세포’도 있다. 이 세포는 주변의 밝고 어두움만을 감지한다. 원뿔세포나 막대세포는 비교적 제한된 길을 따라서 시각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지만, 감광신경절세포는 뇌의 여러 다양한 구역으로 직접 신경회로를 형성해서 시각 이외의 기능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서 생체시계가 시차에 적응하는 일과 주변의 밝기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것에 활용된다.

감광신경절세포의 기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성체, 즉 어른에게서 진행됐고,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감광신경절세포는 망막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태어난 직후부터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발달 과정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티안 슈 중국과학기술대 교수 연구진은 돌연변이 생쥐를 이용해 이 문제를 연구했다.

원뿔세포와 막대세포는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빛을 감지한다. 반면 감광신경절세포는 ‘멜라놉신’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통해 빛을 느낀다. 이들 단백질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슈 교수 연구진은 멜라놉신만을 없앤 생쥐를 연구했다. 이런 생쥐는 시각 기능은 정상이지만, 감광신경절세포를 통한 밝기 감지는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태생적으로 멜라놉신을 없앤 생쥐의 뇌를 대상으로 빛과 무관한 청각피질이나 체감각피질, 전전두엽 등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시냅스 개수가 줄어들어 있고, 신경 활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멜라놉신이 빛을 감지하는 기능이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간 소통의 장소이고, 특히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생애 초기 감광신경절세포의 활성 여부에 따라 보이는 시냅스의 구조나 활성 차이가 성체의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줄까. 감광신경절세포의 손상이 뇌의 공부하는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에 대해 규명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연구진은 간단한 행동 실험을 통해 성체 생쥐의 학습 능력을 검사했다. 높은 소리를 들으면 먹이가 나오고, 낮은 소리에서는 먹이가 주어지지 않는 단순한 규칙을 생쥐가 잘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이 행동은 주변의 밝기 감지 능력을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멜라놉신을 잃은 돌연변이 생쥐는 이 행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반면 멜라놉신이 어려서는 정상이었지만, 성체가 된 후 기능을 잃은 특수한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학습 능력이 정상적이었다. 동물의 학습 능력은 성장기에 감광신경절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명이 뇌 발달에 적합하고, 어떤 것이 나쁜지를 다루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아이들 방의 조명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도 이르다. 하지만 감광신경절세포에 대한 연구가 건축물의 조명이나 전자장비의 화면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설계하기 위한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에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조명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