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home > 국내외뉴스> 국내뉴스
- 글자크기
PIK3CA 첫 표적치료제 """"피크레이""""는 어떻게 암을 죽일까
작성자 | 관리자 | ||
---|---|---|---|
작성일 | 2021-09-10 | 조회수 | 1,310 |
출처 | 팜뉴스 | ||
원문 |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051 |
표적항암제·내분비요법 병용, 신호전달 우회 경로 차단해 내성 극복
[팜뉴스=김민건 기자]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PIK3CA 변이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내성과 재발 억제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5월 PIK3CA 변이를 공격하는 첫 번째 표적치료제 ''''피크레이(알펠리십)''''가 임상 3상에서 대조군(위약+풀베스트란트)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2배 연장 결과를 근거로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다.
그간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 유방암에서 PIK3CA 변이를 목표로 하는 치료제는 없었다. 이는 표준치료 후 내성이 생긴 환자에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크레이가 첫 상용화에 성공했다.
9일 팜뉴스는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HR+/HER2- 전이성·진행성 폐경 후 유방암 환자에서 피크레이가 어떻게 암을 사멸하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지 그 기전을 확인했다.

▶호르몬성 항암제, CDK4/6억제제 그리고 첫 번째 표적치료제
일찌감치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HR+/HER2- 전이성·진행성 표준치료에 쓰는 내분비요법은 호르몬성 항암제였다. 호르몬성 항암제는 특정 암에서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해 개발됐다. 고환을 제거하면 전립선암이, 난소를 절제하면 유방암이 호전되는 것을 관찰하면서다.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이 전립선암, 유방암 성장에 관여한다는 점에 착안해 치료제를 만든 것이다.
1890년대 스코틀랜드 외과의사 조지 비트슨(G.Beatson)은 목동에게서 소의 난소를 제거하면 젖 분비를 중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방암 증세 완화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난소가 유방의 생리적 작용을 조절한다는 점에 착안해 악성 유방암 환자 난소 치료에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증세가 완화됐다. 이는 2002년 미FDA로부터 유방암 치료제로 승인받은 항에스트로겐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 등 호르몬성 항암제 치료 기반이 됐다.
그러나 내분비요법은 최대 20% 환자에서 내성을 일으켰다. 그 이후 CDK4/6억제제가 출시돼 아로마타제(Aromatase inhibitor), 풀베스트란트 병용으로 다시 한번 유방암 치료에서 성과를 냈다. CDK4/6 억제제 병용이 PFS를 늦추고 OS(전체생존기간)를 늘린 결과 현재 약 90% 이상 치료가 내분비요법 단독 또는 CDK4/6억제제+내분비요법 병용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도 허점이 있었다.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약 40%가 가지고 있는 PIK3CA 돌연변이였다. PIK3CA 변이는 내분비요법에서 내성을 일으키며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PIK3CA 변이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로 피크레이가 등장했다.
▶유방암 치료, 방법을 바꾸다...PIK3CA 변이 발견
암에서 발견되는 대부분 유전자변이는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때문이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PIK3CA와 TP53 유전자에서 발생한다. 유방암이 다른 암종과 다른 부분은 체세포 돌연변이 과발현이 문제였다는 점이다. 표적치료제 개발 역사를 보면 과발현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뒀다. 대표적인 치료제가 허셉틴, 퍼제타, 케싸일라 등이며 바이오마커는 호르몬 수용체(ER/PR), HER2 검사다. 이 중에 유전 변이로 암이 진행되는 그 자체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는 없었다. 처음으로 유전 변이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가 PIK3CA 억제제다.
암세포 신호전달 경로를 알면 발병 원인을 알 수 있다. HR+/HER2- 유방암은 PIK3CA 변이가 문제다. PIK3CA는 어떻게 암을 일으킬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요한 신호전달 경로인 Phosphatidylinositol-3-Kinase(PI3K)를 알아야 한다. PI3K는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로 인체 종양에서 가장 빈번한 변이를 일으킨다. 유방암 환자에서 PI3K 신호전달 관리가 중요한 표적인 근거다.
PI3K 신호전달 경로는 세포 분화, 증식·성장, 사멸, 대사 등을 조절한다. PI3K 신호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암 발생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PI3K는 단백질과 세포 대사를 조절하는 PIP2를 통해 세포 성장과 생존에 요구되는 단백질 조절 효소 PIP3 인산화를 촉매해 PDK1(3-phospho 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1)과 AKT(Protein Kinase B)를 활성화하고 발암성 신호(Oncogenic signaling)를 유발한다.

PI3K는 ATK 외에 SGK, RAC1/CDC42, PKC 등 다른 경로로 우회해서도 신호전달을 증가시킨다. 이는 내분비요법(ER, PR)에서 후천적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결론적으로 ATK 의존적, 비의존적 신호전달 모두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PI3K가 과도한 신호전달을 일으키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PIK3CA 유전자 변이다. PIK3CA 유전 변이는 유방암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PI3K 경로상 분자 변이다. 피크레이는 PI3K-α만 특이적으로 억제함으로써 PIK3CA 유전 변이로 생긴 PI3K 신호전달 경로 과활성화를 차단한다. PI3K-α 억제는 PI3K 경로에 있는 AKT 의존성·비의존성 신호전달 단계(Signaling cascade)도 방해한다. 피크레이와 풀베스트란트를 병용하면 각각 PI3K와 ER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보인다. 내분비요법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다.
▶HR+/HER2- 유방암, 재발 측면에서 독특한 특징 있어
HR+/HER2-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꾸준한 발병이 특징이다. 대부분 암종이 5년 지나면 재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춰 특이점이다. 국내 수술 후 유방암 재발률(2006년 한국유방암학회 기준)을 보면 대부분 5년 이내 발생하고 그 비율은 6%에서 20%에 달한다. 수술 후 첫 5년 이내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손주혁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6일 한국노바티스 피크레이 미디어세션에서 "사실 진료 현장에서 5년이 지나면 완치됐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HR+/HER2- 유방암은 완치를 말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했다.
재발이 잦은 이유는 ER(에스트로겐 수용체), CDK4/6 신호전달, 세포성장인수용체(Growth factor receptor) 경로 등이 내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방암은 앞으로 더욱 흔한 암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2000년 국내 유방암 환자는 6237명에서 2018년 2만8049명으로 늘었다. 약 20년 사이에 5배가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평생에 걸쳐 7~8명 중 1명은 유방암이 생긴다는 광고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5명 중 1명 정도로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수치는 10명 중 1명으로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피크레이 처방, PIK3CA 변이 양성 진단 검사 필수
피크레이 적응증은 HR+/HER2- 또는 PIK3 변이 양성인 폐경 후 여성 또는 남성에서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내분비요법 사용 후 질환이 진행된 경우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투여다.
피크레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PIK3CA 변이 양성 진단 검사가 필수적이다. HR+/HER2- PIK3 변이 양성 진행성·전이성 유방암에서 유효성 검증을 받은 시험법이어야 하며, 종양 혹은 혈장 검체를 이용해 PIK3CA 변이를 검사해 양성인 경우 피크레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혈장 검체에서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종양 조직을 이용한 시험도 가능하다.
PIK3CA 양성 진단 검사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특정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피크레이 임상(CBYL2301, SOLAR-1)에서는 PIK3CA 유전 변이 양성 유방암 확인에 퀴아젠(QIAGEN) 테라스크린 키트(Therascreen Kit)가 사용됐다. 지난 5월 12일 식약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 허가 제품명은 테라스크린 PIK3CA RGQ PCR 키트(therascreen PIK3CA RGQ PCR Ki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