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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위원 Insight

의료기관 해외진출의 성공적인 자금조달

게시글 상세 - 작성일, 조회수
작성일 2018-01-05 조회수 2,702

의료기관 해외진출의 성공적인 자금조달

 
엄인수 전문위원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형태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하는 유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새로 설립하거나 로컬병원을 인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당 국가에 있는 기존의 병원에 경영방법, 컨설팅, 의료진 파견, 교육,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투자유치의 입장에서 전자는 외부투자가 필요할 확률이 크며, 후자의 경우는 작다.

  전자의 경우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하냐에 따라 투자유치의 성공확률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해당 국가에 신규로 병원을 설립할 때 단독으로 진행하냐, 아니면 해외파트너와 공동으로 진행하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국내 병원이 해외에 단독으로 병원을 설립할 경우 여러가지 요인을 살핀 후 향후 신규병원의 성과측정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이 경우 진출하는 국내 병원의 국내 수익이 매우 좋고, 법률상 가능하다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병원수익을 담보로 투자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파트너와 합작으로 병원을 설립할 경우 해외파트너의 현지 노하우와 국내 병원의 기술력을 평가해 투자할 수 있다. 이때 투자자는 해외파트너가 누구인지, 그로 인한 시너지로 설립되는 병원의 수익이 어떨지 판단하려 할 것이며 당연히 국내 병원이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확률상 투자유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기존에 이미 운영되는 병원을 인수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국내 병원이 단독으로 인수한다 해도 단독으로 신규 설립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단독으로 설립할 경우 가장 크게 고려되는 리스크, 즉 국내 병원의 현지화 전략, 마케팅 전략, 환자 유치 위험이 줄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인수하고자 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향후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것인가 계산하게 될 것이다. 현지 병원을 해외파트너와 공동으로 인수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수하고자 하는 병원과 파트너와 합작으로 인해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지가 주요 관건이 된다.

  정리하면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에 신규로 병원을 설립할 경우 좋은 해외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기존의 병원을 인수할 경우 어떤 병원을 어떤 전략으로 인수할 것이냐가 중요해진다.

미국 대형병원의 해외 진출 사례

 의료기술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해외진출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일반적으로 병원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해당 국가에 소재한 파트너와 조인트벤처 또는 합작투자 방식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인트벤처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파트너와 공동으로 신규법인을 만들어 상호간에 보완할 수 있는 요소를 투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미국의 1·2위를 다투는 클리브랜드 병원(Cleveland Clinic)은 아부다비에 소재한 국부펀드 무바달라 개발(Mubadala Development Company)과 합작으로 2011년 360개의 병상과 복합시설을 갖춘 클리브랜드 아부다비 병원(Cleveland Clinic Abu Dhabi hospital)을 설립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소재한 종합병원 (IMCInternational Medical Center)와 제휴를 맺고 제3의 국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심장관리센터를 설립했다.

 미국 내 3위권을 유지하는 존스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Medicine International)의 해외진출 활동은 유독 활발하다. 5개 대륙에 걸쳐 병원, 보건기관, 정부, 교육기관 등 20여곳의 파트너와 협력을 맺어 터키, 중국, 싱가폴, 파나마 등에서 학술적, 임상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타 병원에 병원운영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랍 에미레이트의 보건당국과 제휴해 400개의 병상을 보유한 타왐(Tawam)병원을 10년간 경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5위권 내의 랭킹을 유지하는 UPMC(University of Pittsburgh Medical Center)의 활동도 매우 돋보인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주 지역정부와 제휴를 맺고 해당지역에 이식전문치료기관을 건립했으며 본 사례가 기반이 되어 생물의학까지 연구하는 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아일랜드에 암센터를 건립했고, 싱가포르에 이식 및 임상관리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카타르에 소재한 세 개의 병원에 응급의학 교육 및 기술을 제공하는 등 12개국에서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병원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밖에도 코넬의대병원(Weill Cornell Medical College)은 카타르재단과 제휴해 카타르에 의학대학을 설립했으며, 감리교병원(Methodist Hospital)은 아랍 에미레이트의 한 부동산그룹 계열사인 엠마헬스케어그룹(Emaar Healthcare Group)과 제휴해 중동, 터키, 북부아프리카에 병원을 짓고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자본조달 강화 방안

 어떤 파트너를 만나냐, 그리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외 의료사업 진출을 위해 신규법인SPC을 설립한 후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때 조달하는 자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국내 기관, 그리고 가능한 경우 파트너와 함께 출자하게 되는 자본금이다. 본 자본금은 해당 국가에서 운영하게 될 사업에 대한 경영권을 수반하므로 지분Equity투자라 부르기도 한다. 두번째는 제1금융권, 즉 은행에서 받는 대출이다. 본 대출은 해당 사업의 사업성, 담보, 연대보증에 따라 그 금액이 정해질 수 있으며, 자금조달 비용이 가장 낮은 대신 가장 우선적으로 상환해야할 자금이므로 선순위 대출Senior Loan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분투자와 선순위 대출로 채울 수 없는 자금을 일반적으로 후순위 대출Subordinated Loan, 또는 메자닌 금융Mezzanine Financing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후순위 대출은 저축은행, 캐피탈과 같은 제2금융권의 금융기관이 제공하며 메자닌 금융은 사모펀드나 이해관계를 갖는 제3의 제휴사가 제공할 수도 있다.

 사실상 투자유치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지분투자와 후순위 대출이다. 선순위 대출은 담보력이 뒷받침 될 경우 은행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경우 최초부터 충분한 자본금을 출자하지 못할 경우가 있으며, 후순위 투자나 메자닌 금융은 담보력보다 사업성을 증명해야 조달할 수 있는 부문이다. 따라서 국내 병원은 투자자에게 해당 국가에서 진행하게 될 새로운 의료사업의 사업성이 얼마나 뛰어난 지, 그리고 투자한 금액을 안전하게 어떻게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증명해주는 것이 관건이 된다.

● 제휴사 선정

 이런 관점에서 국내 병원은 어떤 파트너와 제휴를 하냐가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 사례로 들었던 미국 병원의 제휴 형태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UPMC의 경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주정부와 오랜 기간 제휴관계를 가졌다. 병원으로서 지역정부를 파트너로 삼는 이점은 매우 크다. 먼저 병원이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소위 ‘시장조사’에 매우 유리하다. 시장을 알아야 향후 병원의 매출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설립에 필요한 인허가를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얻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정부의 역량에 따라 인프라 투자를 병원 주위의 환경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 만약 해당 지방정부가 지방정부채권을 발행할 경우 투자자의 역할도 가능하며, 해당 병원사업에 보증을 섬으로 국내 투자자로부터 보다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둘째, 존스홉킨스의 경우 병원에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해당 지역의 병원 또는 의과대학과 많은 제휴를 가졌다. 이 경우 제휴 병원의 역량에 따라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는 매우 크다. 의료기술 제휴, 병원 경영의 노하우 공유, 시장 파악과 공동마케팅, 운영 리스크 감소 등이 그러한 예가 된다.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경우 병원 사업 자체를 개선하므로 투자유치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파트너 병원이 동반투자를 할 경우 투자의 신빙성을 국내 투자자에게 더욱 어필할 수도 있다.

 셋째, 감리교병원의 경우 아랍 에미레이트의 부동산그룹인 엠마그룹의 계열사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즉 중견기업 또는 그룹을 파트너로 삼았다. 아마도 엠마그룹의 입장에선 미국의 좋은 의료기술을 도입해 헬스케어 부문 역량을 강화해야겠다는 전략을 가졌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경우 상대 병원은 매우 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의 마케팅, 파트너의 직접투자 등으로 해당 사업을 더욱 쉽게 풀어갈 수 있으며, 파트너 평판으로 인한 국내 병원의 용이한 투자유치도 가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클리브랜드 병원과 코넬의대 병원은 자금을 운용하는 재단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사실 이 제휴는 매우 이상적인 제휴로 상대 병원의 평판 없이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재단 측면에서 해당 병원을 파트너로 선정하는 이유는 재단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해당 병원의 기술을 활용해 병원사업을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병원은 투자유치에서 상당한 우군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상대 병원 측에서도 재단과의 시너지로 자체 투자유치도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물론 상호간 지분률에 대한 협의는 추후 필요하게 될 것이다.

 UPMC 인터내셔널의 보고스타Chuck Bogosta 사장은 UPMC의 해외진출 성공비결을 꼽아달라는 인터뷰에서 비즈니스, 연구분야, 정부 등 여러 방면에서 그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했다. 그만큼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한 파트너를 찾고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수반되야 한다.

● Exit 방안 제시

 투자자가 해당 사업에 투자를 할 때 가장 염두하는 것은 ‘투자한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가?’ 이다. 병원은 투자자에게 투자한 자금을 좋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향후 해당국가에서 진행할 병원 사업이 번창해 많은 이익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다만 투자 상환의 방법면에 있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투자자는 더욱 큰 수익률로 용이하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첫번째 전략은 향후 진행할 병원을 상장시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국, 홍콩, 싱가포르, 중국 선진, 유럽 등에 있는 증권거래소에는 병원 사업으로 상장할 수 있다. 만약 베트남에서 병원사업을 하더라도 중국 선진 거래소의 요건, 즉 매출규모, 설립년도, 재무비율, 주주 구성도, 병원의 성장성 등에만 부합되면 상장할 수 있다. 마치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듯이 말이다. 이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 상장시킬 것인지, 그리고 해당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낸 후 그 요건에 도달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 전략은 일반 기업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일정 규모가 될 경우 상장을 시도하지만 상장을 할 수 없는 여건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와 협의해 해당 사업을 사모펀펀드나 업계의 좋은 경쟁자에게 매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에는 병원을 인수하는 펀드가 다양하게 있고, 또한 동종업계 경쟁자는 좋은 사업을 인수함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Tag-along이라고 하는데 대주주 지분과 투자자 지분을 함께 매각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병원은 일정 기간 후 투자자와 함께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며, 선진국의 금융시장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은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유보된 이익잉여금으로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때는 향후 발생할 매출액과 순이익을 합리적으로 추정해 정리한 추정재무제표가 가장 중요하며 이것으로 투자자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얘기지만 미래의 매력적인 재무제표를 추정하기 위해 좋은 파트너를 만나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해진다.

 미국의 경우 병원은 병원 고유의 의료사업뿐 아니라 의약품 개발 및 판매, 의료기계 제조 및 유통, 그리고 의약 유통사업까지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군과의 딜 거래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계가 사용되는 현장이 바로 병원이기 때문에 상호간 관계성은 매우 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원을 포함해 앞에 열거한 헬스케어 분야의 거래소 상장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미국이 약 570조원, 독일 100조원, 인도 90조원, 영국 87조원, 호주 34조원, 태국 30조원, 홍콩 24조원, 일본 21조원 등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규모는 매우 미미하다. 대한민국의 높은 의료기술에 비해 M&A, 신규사업진출, 거래소 상장 등의 금융활동이 매우 저조한 형편이다.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이미 선두적 지위에 있는 국내 의료기술이 금융활동에서도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확신해본다.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언급된 기관, 단체와 공식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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