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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위원 Insight

의료기관 해외진출에 있어 외부자금 조달 방안의 현실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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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1-29 조회수 2,426


 의료기관 해외진출에 있어 외부자금 조달 방안의 현실과 문제점

 
손명철 전문위원


 국내 의료기관은 경쟁심화, 수익성 악화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영리활동이 가능한 해외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니즈에 부응하여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2011년부터 해외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적 지원사업들을 수행해오고 있다. 또한 해외진출에 있어 금융 부분의 지원을 위하여 보건복지부가 주도하여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인 한국의료글로벌진출펀드(2015년 4월, 총500억원)가 결성되었고, 뒤이어 글로벌헬스케어펀드 (2016년 1월, 총 1,500억원)도 결성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 있어 실제 투자가 집행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 금융지원을 위한 정책펀드를 조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칭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는 많은 경우에 있어 의료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진출 방식과 기존에 조성되어 있는 펀드의 투자방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상담을 해 보면 합자사를 구성하거나 독자진출을 계획하는 경우에 있어 (1) 병원을 신규로 설립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으며 (2) 병원 설립시에 의료기관에서는 자기자본 투자는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투자를 진행하는 반면 지분율은 일정수준 이상을 요구하며, (3) 병원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대부분은 해당 국가의 파트너(만약 있다면)나 펀드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Case 별로 차이는 있지만, 총 사업비가 20억원에서 100억원을 넘어가지 않는 소규모 프로젝트가 많다.


 현재 결성되어 있는 펀드들의 특성은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 대한 투자는 좀더 쉬운 반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신설 병원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검토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Exit 방법을 확보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PEF(사모펀드)의 경우,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법인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고, 경영권 지분 인수나 소수지분 투자 등의 투자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검토사항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비상장 기업에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경우, 주로 RCPS(전환상환우선주),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메짜닌 방식으로 투자를 요구하게 되며, IPO(기업공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해외 영리병원들은 상장이 가능하며 상장시 가치도 높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원을 신설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병원 설립부터 운영, 및 확장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상장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신설 프로젝트의 경우에 메짜닌 방식의 투자를 수용하기도 어렵고, 메짜닌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 진다고 할 지라도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병원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국내 의료기관이 자기자본을 투자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투자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려고 하는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느끼기에는 모든 리스크를 외부투자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라고 인식된다는 점에서 펀딩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투자여력이 있는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법적 제도적 제약 등이 존재하는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이 부족한 반면, 자기자본 투자 여력이 크지 않는 중소형 규모의 의료기관의 경우, 소규모 신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밖에는 없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업의 주체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경우, 다수의 의료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단독 또는 해외파트너와 합작으로 소규모 병원을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위하여 다음 사항들이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투자총액에서 의미있는 비중까지 의료기관이 자기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병원을 설립할 경우, 상당한 금액의 자기자본 출자를 하거나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해외진출이라는 것은 법, 제도, 인력운영, 환자 등 모든 것이 국내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환경인데, 운영 계획만 가지고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국내보다 더 어려울 수 밖에는 없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5% 내외의 출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타인자본을 조달하기 앞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번째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규모로 병원을 신설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현재 설립되어 있는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실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해당 펀드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존에 결성되어 있는 펀드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투자 단계에 있어서 다른 차원의 카테고리라는 점이다.


 현재 많은 의료기관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스타트업 투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단계에 투자하는 펀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이 사업계획 등을 제출하면 TIPS 운영사가 이를 심사하여, 운영사가 엔젤투자금을 1억원 수준 출자하면, 정부지원금으로 5억원을 매칭하여 지원하고, 향후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정부지원금을 상환하나, 실패하면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들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사업이다. 지원대상 산업은 40여개이며 헬스케어 관련 산업도 포함되나 의료기관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 현재 의료기관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스타트업 수준이 대부분인 반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을 경우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벤처투자와는 달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리스크는 매우 높은 수준이나 기대수익률은 리스크 부담에 비해 높지 않는 딜레마가 있다. 또한 성공적으로 사업이 수행될 경우, 추가 투자를 받을 기회는 높으나, 시작하는 단계에서 투자하기에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경우, 정부차원에서 기존에 조성된 펀드와는 별개로 의료관련 전문가들의 사업타당성 평가 등을 거쳐 스타트업 투자와 유사한 형태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의 성공적인 운영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벤처투자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부대 영리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방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기나 소모품, 관련 약품 등 실제로 수익을 확장 시킬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같이 진행할 경우, 투자자에게 좀더 매력적일 수 있으며, 관련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로부터 동반투자 등을 이끌어 낼 기회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우수성만 가지고 해외진출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실을 직시하고, 외부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실제로 황금알을 낳는 것을 보여주기 전에는 이 거위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한번 황금알을 낳게 되면, 거위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한 법이다.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언급된 기관, 단체와 공식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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