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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위원 Insight

해외사업진출을 위한 정보의 가치

게시글 상세 - 작성일, 조회수
작성일 2018-10-01 조회수 2,014

해외사업진출을 위한 정보의 가치

 
L&K Biomed co. Director
황경수 GHKOL 전문위원

 



필자는 지난 2011년부터 미국계 다국적 의료기 기업의 동남아시아 마케팅 총괄로 Malaysia의 Kuala Lumpur에 근무하였었고, 지금 현재는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영업과 마케팅 실무를 주관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다국적기업들은 좋은 품질과 풍부한 인적자원 그간의 쌓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손쉽게 새로운 시장진입에 앞자리를 선점 할 수 있지만, 좋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졌으나 영세하고 경험이 없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요인들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의 초기 교두보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개발지역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데다가 비슷한 동양권이고 접근성도 좋다”라는 지리적 문화적 조건이 한 몫을 한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더라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몽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파키스탄, 스리랑카,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홍콩 인구만 해도 약 8억 6천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인구는 젊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지역은 아프리카 외에는 지금으로써는 동남아시아 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진정한 애국자는 외교관이나 수출역군 혹은 교민들이 아니라 K-POP 스타들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그들이 끌어 올린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돈으로 혹은 수치로는 도저히 환산을 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의료산업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당연히 대부분의 국가들은 다양한 규제와 제도로써 제약이나 의료기기 공급업체의 허술한 관리나 오남용을 방지 할만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고, 동남아시아권역의 국가들도 소득이 늘어나고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 맞추어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정부의 자국민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와 등록, 허가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발효하는데 자원과 인력을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 영업과 마케팅이 사실상 기업의 매출을 주도하는 거의 대부분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그 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와 인허가를 어떻게 맞춰나가거나 뚫고 들어가느냐는 적절한 시간에 제품을 시장에 진입 시키는 것과 직결된다. 심지어 시장진입에 아예 실패를 하는 사례 또한 발생한다.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는 치명적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잘못된 판단으로 시기를 놓치고 막대한 손실을 입는 기업을 필자는 많이 보아왔다. 의료산업의 특성상 각종 질환을 중심으로 치료재료 혹은 의약품이 개발되어 판매하는 형태라 흔한 질환은 그 규모가 크지만 빈도수가 낮은 질환의 경우 그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데, 인간에게는 워낙 다양한 질병들이 발병하는지라 굉장히 다양한 의료기기들과 의약품이 거대한 의료산업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유나, 자동차, 플랜트 산업처럼 거대 자본이 아니라도 기술력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어있다. 한국기업처럼 기술력이있고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해외시장에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기업들은 좋은 품질과 가격을 가졌으나 작은 기업일수록 언어장벽, 경험부족, 네트워크 부재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필자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조언을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순수하게 자문을 해주려는 태도를 견지 하고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전문가의 자문에 대한 value를 즉 정보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문화적인 특성이 한몫을 하는데, 한국기업은 똑똑하고 경험 있는 사람을 뽑아서 “내 마음대로 일을 시키려”한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인재를 뽑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일을 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거꾸로 경험도 없는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판단을 할거면 뭐 하러 인재를 등용하는 것인가? 전문가는 그 분야에 오랜 경험, 식견과 통찰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데, 그들의 조언을 간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에 틀림없다. 자문을 얻는데 비용을 들이는 것 조차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전문가들의 가치도 인식을 못하는데 하물며…

일례로 A기업은 B라는 나라에 진출을 계획하고 B의 정부(식약청)에 제품을 등록을 추진하는 한편,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주요 잠재고객을 목표로 하여 각종 이벤트를 벌이면서 근 1년 6개월 가량 수억원의 비용을 쏟아 붓고, 인력 또한 배치하는 엄청난 투자를 하여 시장진입이 시작되는 가 싶었지만, 수입통관에 필요한 면허를 받아두지 않은 것을 마지막에 알았고, 그사이 법령이 바뀌어 향후 최소한 반년 가량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은 기간 들어가야 할 고정비용은 말 할 것 도 없고, 그간의 투자는 전부 매몰비용으로 손실이나 다름 없고, 예비고객들로부터는 한심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안겨주고, 더구나 다시 마케팅을 시작해서 고객들의 기억을 환기 시키는 데까지 들어가야 할 비용과 노력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지경이다. 이는 당연히 그 나라에 대한 경험도 없으면서 사업계획을 모니터해주고 조언을 해줄 전문가도 없이, 더구나 현지직원의 말도 믿지 않고 일을 진행한 결과다. 그 기업은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대한 화가 피카소가 어느 날 노천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를 알아본 사람이 그에게 식당 넵킨을 건네면서 비용을 지불 할 테니 아주 간단하게라도 필적(그림)을 남겨달라고 부탁했고 순순히 그림 하나를 그려 건네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요구했다. “아니 이거 그리는데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이런 돈을 요구하다니요…” 그러자 피카소는 “아니요 나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40년이 걸렸소”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자문을 그냥 소일거리내지 장기판의 훈수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대가는 지불해야 해야 할 것 같고 가치는 잘 모르겠고 해서 흔히 건네는 “입”사례가 “내가 밥 한번 살께, 술 한번 살께”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 말이라도 하면 양반이다. 선의로, 호의로 도와 주는 사람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컨설팅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들에게는 이는 크나큰 모독이다. 정당한, 아니 최소한이라도 대가를 지불하고 위험을 제거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인터넷에 대한 맹신이다.


인터넷은 거의 세상에 모든 정보를 간직한 듯이 보인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 치고, 정보 중 에는 거짓정보도 있고, 잘못된 정보도 있고, 철지난 정보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더구나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남들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손쉽게 돈 안들이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곳곳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고, email로 혹은 메신저로 얼마든지 사람들과 접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는 인구는 현재까지 인류의 40%에 달한다. 하물며 동남아시아 시장이라면 정도는 더 심하다. 더구나 인터넷에 접속한다 하더라도 여기에다 자신의 정말로 소중한 정보나 지식적 가치나 경험을 털어 넣는 박애주의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해외 사업은 해외여행 떠나기 전에 맛집블로그 검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원들의 출장비가 아깝고, 직원들의 실수가 두렵고, 정보를 얻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깝다면 해외사업은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다.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의 구축이다.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정보의 가치와 도대체 무슨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으나, 현지의 유통망에 종사하는 현지인은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빨리 파악하고 이러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가장효과적인 통로다. 현지시장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매출을 증대시키는 필수 요소이다. 그런데 많은 한국 기업들은 투자금의 빠른 회수, 판매확대를 위해서 현지 사업동반자와의 계약이행을 거부하거나 약속한 지원을 행하지 않아 갈등을 겪고 신뢰 따위는 관심 없고, 단기적인 관계만을 이어 나가는 모양새를 많이 보아왔다. 시장진입에는 성공하더라도 더 이상 성장하기는 난망이다.

이상 모두들 다 아는, 하나마나 한 얘기를 써놓았다는 사실을 필자도 알고 있으나, 이 모든 실수나 실패의 원인은 단기적인 시야, 조급함, 과도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 임을 알고 있으나 실천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짧은 소회를 남겨본다.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언급된 기관, 단체와 공식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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