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지원
보도자료
보도자료
[인간 게놈프로젝트 20년] 1회. 미래를 여는 게놈 연구
작성자 | 관리자 | ||
---|---|---|---|
작성일 | 2010-01-08 | 조회수 | 2,665 |
2000년 6월 전 세계 게놈 연구자들의 시선은 미국으로 쏠렸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총 30억쌍 가운데 27억쌍이 처음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초안은 1990년 출범한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첫 성과였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최종 결실은 3년 뒤 이뤄졌다. 30억쌍의 염기서열이 모두 해독돼 만천하에 공개됐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조각조각 해독된 적은 많았지만 이를 하나로 연결한 건 처음이었다. 나무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정작 숲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깨끗이 해소됐다.
1000명 게놈 해독 박차
나무 대신 숲을 확인한 과학자들은 두 가지 점에 놀랐다. 하나는 30억쌍이나 되는 염기서열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몸 안에서 실제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었다. 유전자가 생리적 기능을 나타내려면 염기서열 정보를 토대로 몸 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단백질을 합성하는 염기서열은 전체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게놈이 모두 밝혀진 뒤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염기서열의 존재 이유를 규명하는데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첫 성과가 나온 2000년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개인 간 염기서열 차이가 0.1%에 불과할 거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염기서열이 비슷하니 일단 한 사람의 게놈을 해독해 놓으면 사람 유전자 기준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2004년 이후로 개인 간 염기서열 차이가 0.6% 이상이라는데 과학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사람의 데이터만으로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기에 역부족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에 2008년 미국과 영국 주도로 '1000 게놈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각기 다른 인종 1,000명 정도는 분석을 해봐야 인간의 게놈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이 프로젝트의 첫 성과로 백인과 흑인 각 3명의 게놈을 해독한 논문이 올 2월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과학자들도 국제학계의 이 같은 흐름에 뒤질세라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가 1000 게놈 프로젝트보다 먼저 한국인 남녀 각 5명의 게놈을 해독한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외국 과학자들이 제쳐둔 아시아인 게놈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국제 컨소시엄 적극 참여할 때"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후 과학계에는 이와 유사한 국제 컨소시엄이 여럿 구성됐다. 염기서열 데이터의 분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개별 실험실 단위로 연구를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체에 서식하면서 생체대사의 조절이나 각종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의 게놈을 분석하는 '국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과 발생 과정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를 밝히려는 '국제 인간 에피게놈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국내 게놈 연구는 아직 개별 실험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개별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국제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컨소시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면 2년 이상 세계의 연구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에서 국가 차원의 연구계획이 없는 한국은 6월이면 배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같은 달 본격 착수될 국제 에피게놈 컨소시엄에도 아직 정식 회원이 되지 못했다.
국제 에피게놈 컨소시엄에 기획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준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게놈 분석은 앞으로 통계와 정보기술(IT)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니만큼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개별 연구를 아우르며 국제 컨소시엄 참여를 주도할만한 국가 차원의 게놈 연구기관이 없다는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지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게놈 연구도 이제 항공우주나 전자통신 분야처럼 거대과학으로 성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