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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시장 67%, 다국적 기업이 지배한다
작성자 | 관리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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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2-23 | 조회수 | 5,758 |
지난 9월 12일 사망한 노먼 볼로그(Norman Ernest Borlaug) 박사는 ‘녹색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세계 식량난 해결을 위해 고 수확 품종 개발, 농업혁신 등에 노력을 기울여 온 그는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1944년 한국의 토종 ‘앉은뱅이 밀’ 종자를 다른 종자와 교잡해 생산성이 4배 이상 증가한 획기적인 밀 종자 ‘소로나’를 개발, 이 종자를 식량부족난을 겪고 있던 멕시코, 파키스탄, 인도 등에 제공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는 타계하기 전까지 사회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충분한 식량이라며 세계적인 식량 증산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녹색혁명, 최근 종자혁명으로 이어져
볼로그 박사의 녹색혁명이 환경론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GMO(유전자변형식품)로 대변되는 다수확 농업방식은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식품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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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생산용 토마토.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학에서 개발했다. |
그러나 최근 상황에 비추어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으로는 빈곤 국가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녹색혁명 지지자들은 종자혁명을 통해 식량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건강 문제 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금 종자 혁명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세계 종자산업 규모는 7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세계 조선 산업 규모와 비교해 약 70%에 달하는 수치다. GMO(유전자변형식품)의 생산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2007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GM 종자의 비중은 약 20%에 불과했으나, 오는 2015년에는 그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GMO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의약품, 신소재, 화학 등 관련 분야다. 백신 생산이 가능한 토마토, 당뇨 치료가 가능한 고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희귀 종자들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종자업체인 몬산토는 자사에서 개발한 GM 콩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초제를 만들어 독점 판매하고 있다.
세계 종자 시장 미국·일본·스위스 기업이 장악
새로운 종자개발을 위한 R&D는 현재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매출순위 기준, 10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1996년 14%에서 2004년 49%, 2007년에는 67%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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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대 기업에는 미국의 몬산토와 듀폰, 신젠타(스위스), 리마그레인(프랑스), 랜드오레이크(미국), KWS(독일), 바이엘(독일), 사카다(일본), DLF 트리폴리움(덴마크), 다키이(일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종자 개발의 효율성을 위해 M&A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발품목을 늘리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몬산토의 경우 2005년 세계 최대의 채소종자업체인 네덜란드의 세미니스를 인수하는 등 지금까지 20여개가 넘는 업체를 M&A했으며, 농산물 메이저인 미국의 카길과는 ‘종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술관련 합작사를 설립했다.
듀폰은 2009년 인도의 종자기업 2개사를 인수·합병하고, 인도에 생명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아시아 시장을 포함한 타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를 위해 인도를 중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가뭄, 고온, 홍수 등의 기상이변은 종자산업의 가능성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식량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종자 산업을 전략 산업화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자산업에 대기업 참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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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산토에서 역수입되고 있는 청양고추 |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유전자원(약 26만 점)을 보유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산 종자 보급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그 결과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양고추 종자가 해외 기업으로 넘어가고, 지금은 몬산토로부터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IMF 당시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 판매하고 있던 중앙종묘는 세미니스에 넘어갔으며, 세미니스를 몬산토가 인수하면서 청양고추가 외국으로부터 역수입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스김 라일락’도 비슷한 경우다. 이 라일락은 1980년대 미 식물채집가가 북한산 정향나무 종자를 미국으로 유출한 후 품종개량을 거쳐 다시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볼로그 박사가 예언한 ‘녹색혁명’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산 종자 보급률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책적인 배려와 함께 다국적 기업들에 대항할 대기업들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