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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먹거리 바이오산업, 어떻게 키울 것인가?

미래의 먹거리 바이오산업, 어떻게 키울 것인가? : 작성자, 카테고리, 작성일, 조회수, 원문,출처, 정보 제공
작성자 관리자 카테고리 전문가 인사이트
작성일 2018-01-24 조회수 4,439
원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출처 http://www.kddf.org/bbs/bbs.asp?no=112&mode=view&IDX=1641&p=1&cateId=39

미래의 먹거리 바이오산업, 어떻게 키울 것인가?


_묵현상 단장(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20158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흑색종이라는 암에 걸렸으며 뇌로 전이돼 뇌종양으로 진단됐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불과 4개월 후인 12월 키트루다(Keytruda)라는 신개념의 면역항암제로 치료해 암이 사라졌다고 CNN, NBC 등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다. 대개 암으로 진단받으면 몇 년 내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인데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4개월의 치료를 통해 암이 사라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키트루다라는 기적의 항암제는 제3세대 항암제의 대표선수로서 면역항암제의 일종이다.


3세대 면역항암제로 패러다임 전환

항암제는 작용기전에 따라, 그리고 개발된 순서에 따라 1세대 화학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 면역항암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1세대 항암제는 정상 세포에 비해 분화 속도가 빠른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하지만 빠르게 분열하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다보니 정상 세포까지 구분 없이 공격해 환자들이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우리가 항암제의 부작용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1세대 항암제로 인한 것이다.

1세대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글리벡(Gleevec)으로 대표되는 2세대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만 골라서 공격해 부작용을 줄였다. 하지만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치료 초기에는 잘 듣지만 영악한 암 유전자가 스스로의 변이를 통해 표적항암제를 무력화시키는 바람에 항암제 내성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었다. 부작용은 적지만 재발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형태라면, 면역항암제는 우리가 원래 보유한 몸속의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념이다.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기전이어서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내성도 극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항암제가 진화함에 따라 불치의 병으로 알고 있던 암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관리하면서 천수를 다할 수 있는 만성질환의 하나로 분류될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이는 모두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 덕분이다.

이러한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적용되는 바이오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식품, 바이오소재, 화학 등으로 나뉘지만 이 중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는 분야가 바이오의약품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200조 원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650조 원) 및 반도체 시장(400조 원)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시장 규모만 보더라도 자동차와 반도체를 이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돼야 할 분야가 바이오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선진국 모두가 바이오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다.

바이오산업, 특히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중요성은시장이 크다거나 돈벌이가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인류가 극도의 빈곤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건강한 삶,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됐고 굶주림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인류 공통의 과제가 질병 퇴치가 됐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산업은 산업적 지향점인 부(Wealth)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지향점인 건강(Health) 두 날개로 창공을 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발전은 3세대 면역항암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던 관절 류머티즘 등의 자가면역질환 역시 휴미라(Humira), 레미케이드(Remicade) 등의 항체 의약품으로 감쪽같이 치료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사소하게 생각되는 무좀, 특히 치료해도 재발하는 발톱 무좀 역시 2016년 개발된 주블리아(Jublia)라는 매니큐어 타입의 바르는 무좀약 1회 도포로 감쪽같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바이오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51200조 원에서 20211700조 원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 3가지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화학산업이지만 2030년대부터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주력산업이 돼야만 할 것이고,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2030년 이후 우리의 삶은 여러모로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어떻게 해야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인가?

기업의 수명은 30이라고 하는데 세계 20위권에 속하는 제약바이오기업 중 설립된지 100년이 안 된 기업은 암젠과 길리어드 정도에 불과하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사노피 등 전통의 명가는 설립된지 벌써 100년이 훌쩍 넘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장수기업이 제약기업의 상위 순번을 모두 차지한 것이다. 경영학 용어로 진입장벽(Entry Barrier)이 높은 산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의약품은 각국에서 철저하게 안전성, 유효성을 심사해 허가를 내주는 품목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제약바이오기업이 쉽사리 허가를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1상부터 임상3상까지 장기간에 걸친 임상시험을 실시해야만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대개 한 종류의 의약품을 기발해 미국,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으려면 1~2조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철저히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작은 고기는 살 수 없는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더 큰 문제는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1상에 진입한 물질이 신약이 돼 시판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90%에 달한다는 뜻이다. 10개의 물질을 임상에 투입해 1개의 물질만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되는데 10개 물질의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5조 원에서 10조 원가량이라 선투자 10조 원 정도를 집어넣고 1개 물질의 성공을 바라는 셈이니 웬만한 규모의 기업으로서는 선뜻 개발에 나서기가 어렵다. 물론 1개의 신약이 성공하기만 하면 시판 후 몇 년 이내에 투자한 본전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균적인 의약품 수명주기로 볼 때 12~13년 동안 캐시카우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그토록 애를 써서 신약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셋째, 유통망 때문이다. 100년 된 제약바이오기업은 이미 공고하게 굳어진 병원-의사-제약회사 네트워크와 100년 된 브랜드 네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규 회사가 이런 네트워크 또는 브랜드 네임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경영학에서 말하는 선발주자의 이익(First Mover’s Advantage)이 적용되는 분야다. 신규 참여자가 성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기업이 이런 시장에 참여해 세계적인 플레이어가 돼야만 하는 숙제를 우리가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제약바이오산업

시작도 하기 전에 어렵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사례가 꽤 많이 있다. 류머티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를 모방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과 미국에서 허가받고 렘시마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장점인 싼 가격을 무기로 렘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벌써 40%에 육박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신약 완제품을 자체에서 개발, 각국의 허가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아직 무리이기 때문에 2015년 한미약품은 제2형 당뇨병치료제 후보물질을 임상2상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총액으로 약 4조 원, 계약금으로 2500억 원을 받았다. 동아ST 역시 201612월 초기 개발단계에 있던 3세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미국의 애브비에 총액 6000억 원, 계약금으로 약 500억 원을 받고 기술이전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금액이지만 만일 한미약품이나 동아ST가 독자적으로 개발을 계속해서 성공한다면 이 금액의 약 10배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의 체력과 규모가 작아서 자체적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사운을 걸고 덤벼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직접 글로벌 신약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선진국 규제기관에서 허가를 받고 판매할 수 있어야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가끔씩 TV에서 LPGA중계를 보면 상금 순위 1~10위의 절반이 한국 선수들이다. 미국인의 눈으로 보면 불가사의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밀을 다 알고 있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는 것을 본 세리키즈들이 박세리 선수를 본받아 LPGA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했고 많은 선수가 문을 두드린 결과 오늘날 박인비, 박성현, 유소연, 전인지 선수 등이 상금 순위 상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와 똑같은 일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일어나야만 한다. 어떤 제약바이오기업이 박세리 선수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떤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신약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하게 되면 이 기업이 박세리 기업이 될 것이다. 다른 세리키즈 기업들이 이 기업을 본받아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고 그로부터 10년쯤 지나면 세계 제약업계 20위권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 여럿이 이름을 올릴 것이고 50위권에는 우리 기업들이 우글우글할 것이다. 요즘의 LPGA 상금순위와 비슷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다만 문제는 박세리 기업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가 관건이다. 가능하기는 할까?


실패의 위험을 해소할 메가펀드조성해야

제약바이오 분야의 우리나라 과학 수준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 세계적인 수준의 학술지에 발표되는 국가별 논문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유전자 편집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3대 강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과학적 성과를 산업적 성과로 연결하는 데 많은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글로벌 바이오신약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하게 된 제일 큰 이유는 과학이 아니라 두려움때문이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으로 따라다니는 실패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1~2조 원을 투자해야만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제약바이오기업인 유한양행의 2016년 매출액이 13000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977억 원에 불과한 상태이다 보니 1년 치 매출액을 모두 투자해도 1개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두려움은 회사의 규모로부터 나온다. 1년 매출액이 50조 원쯤 되고, 영업이익이 10조 원쯤 된다고 가정한다면 바이오신약 대여섯 개 정도는 투자할 만한 여건이 된다. 모두 실패한다고 해도 1년 치 이익만큼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되고, 성공 확률로 보더라도 대여섯 개 투자하면 하나 정도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게 된다.

내수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해외 진출이 늦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 최대 제약바이오기업인 유한양행의 글로벌 매출 순위는 82위에 불과하고 세계 100위권에 3개사가 이름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신약 개발에 나설 수가 없게 되었고 이것은 악순환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2030년부터 우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주력산업이 제약바이오산업 혹은 바이오의약품산업이라고 모두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혹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의 벽에 가로막혀 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이것이 대표적인 시장 실패 영역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지해 실낱같은 희망을 논할 때가 아니다. 민간기업, 금융시장, 민간단체, 정부 등이 모두 나서서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한 1조 원 펀드, 짧게 말하면 신약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이 펀드에는 제일 먼저 제약바이오기업이 참여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책은행 등 금융기관과 국부펀드, 여의도의 대형 투자은행 및 투자기관 그리고 정부의 기금이 참여할 것이다. 1조 원이 큰 금액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기관들이 참여한다면 순식간에 모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자금을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기업과 공동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부터 투자한다면 2023~2025년 사이에 두세 종류의 글로벌 바이오신약이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메가펀드와 함께 투자해 성공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박세리 기업이 될 것이고, 수많은 세리키즈 기업이 성공 공식을 따라 여러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산업이 되는 여러 가지 경로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 출처 : 이달의 신기술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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